chapter 41 문학계의 오파크 <겐지 모노가타리> 글 쓰는 마음

과학계인지 고고학계인지 암튼, 오파크라는 게 있다. 도저히 그 당시에 만들어졌다고 납득하기 힘든, 설명을 훌쩍 뛰어넘는 그런 고대 유물을 말한다. 가장 유명한 게 안티키테라 장치다. 2천년 전에 만들어진 행성의 움직임, 태양과 달의 주기, 일식과 월식의 주기 등등, 시대 보정을 하자면 2016년에 만들어진 양자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최첨단 장치가 버젓이 발견된 것이다. 눈앞에 존재하니 인정은 하지만, 이게 도대체 어떻게 그 당시 기술로 가능했던 건지, 여전히 학자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겐지 모노가타리가 바로 문학계의 오파크다. 11세기, 전 세계 다른 곳에서는 몇 세기 뒤에나 등장할 소설이라는 형식을, 그것도 최고 수준으로 선 보인 세계 최초의 장편 소설. 보통 원조가 되는 작품은 최초라는 핸디캡 때문에 최초라는 의의만 가질 뿐 그 작품 수준에 있어서는 납득 가능한 정도만 되어도 인정받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수준으로 처음 등장하다니... 무라사키 시키부란 인물에 대한 의문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양이 질을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분량 또한 대단하다. 현대어로 번역하면 보통 열 권 정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단순히 궁중 윗전에 읽히게 할 목적으로 썼다기엔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다. 어떻게 이런 대단한 작품이 11세기라는 이른 시기에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후 일본 문학의 전범이 되어 버린, 일본 특유의 미의식인 '아와레'의 정점... 일본 문학의 대명사... 근대 문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돈 키호테가 16세기에나 집필된 점을 고려해 보면, 정말로 후대인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쓴 것은 아닌가 싶은, 진정한 문학계의 오파크가 아닐 수 없다.

전공 학자가 새로 번역 출간한 1권을 뒤적이다가 든 단상... 그런데 예전에 허접한 판본으로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재미는 없다... 대단히 우아한 문체와 내용인 건 알겠지만... 천년을 뛰어 넘어 작품과 소통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소포클레스를 최고로 평가하는지도... 여전히 내게 최고의 작품은 <오이디푸스 왕>이다. 전혀 바래지 않는 그 현대성이란... 어쩌면 소포클레스야 말로 오파크라 할 수 있을지도... 그러나 동시대에 이미 3대 비극 거장과 2대 희극 거장이 공존하고 있었으니... 고대 그리스 문학 자체가 통째로 오파크려나?

덧글

  • ChristopherK 2016/10/15 20:30 # 답글

    오파츠가 아니고요?
  • 마담보바리 2016/11/04 19:25 #

    오파츠인가요? 워낙 예전에 봤던 내용이라... 다 고쳐 써야 하나? ^^;
  • 당연히 2016/10/15 20:35 # 삭제 답글

    어디나 천재는 있는 법이죠. 우리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중에 몇명이야 있을수밖에요. 물론 그게 당시 사람들에게 이해되냐는 별개지만..

    겐지는 우연히 운좋게 기록이 남은거라고 봐야 하고 말이죠.
  • 마담보바리 2016/11/04 19:27 #

    그렇죠 일종의 천재인 셈이죠. 그 방대한 분량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건 기적이라 봅니다. 기적이라기엔 사실 당대에도 회자되며 읽혔던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훌륭한 작품임엔 틀림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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