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8 <매드맥스4 퓨리 로드> 글 쓰는 마음

재개봉한 걸 본진 좀 됐는데 아직도 여운이 남아 남기는 감상평.

취향이 아니라 액션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이 영화도 그렇게 스킵했었는데, 우연히 국제 평론가 연맹이 작년에 올해의 영화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급관심이 생겼다. 단순한 액션 영화 그 이상의 뭐가 있기에? 하고 궁금해진 것이다.

유튜브에 유료 동영상이 있어 그걸 볼 생각이었는데 또 우연히 재개봉했다는 걸 알게 되서 극장에서 제대로 보게 됐다.

보는 내내 든 생각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와 도대체 저걸 어떻게 찍었지? 하는 놀라움과 찍으면서 진짜 고생했겠다, 하는 안쓰러움이었다. 도대체 저런 액션을 계산해 가며 찍었다는 게 상상이 가질 않았다. 듣자 하니 컷이 무려 2,700번에 달한다는데 뭐 어쨌든 할말을 잃게 만드는 촬영과 편집 솜씨였다. 물흐르듯 흘러가는 놀라운 솜씨. 이건 정말 엄청나게 손발이 잘 맞아야 가능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이 말도 안되는 영상이 물흐르듯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건 당연히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다. 전후 사정 배경 설명을 단 몇 마디와 몇 장면으로 함축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고 응, 그렇군, 끄덕이고는 바로 몰두하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 솜씨. 1편을 지나가듯 건성으로 본게 몇 백 만년 전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속편이지만 자체 동력을 가진 이야기 덕분이다. 이렇게 함축적이면서도 할 말 다 하는 힘 있는 이야기 솜씨는 실로 <그래비티> 이후로 오랜만에 맛보는 감흥을 안겨 줬다.

할머니들이 이렇게 멋지게 나오는 영화가 영화사상 존재하기나 했던가? 멋질 뿐만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순수함에다가 그 간직한 희망을 후대에 전달하는,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어른의 모습까지.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의 의미를 조명하는 솜씨도 좋았다. 맨 처음 광신도로 미쳐 날뛰며 맹목적으로 죽고 싶어하던 눅스가 변화한 끝에 결국 모두를 위해(물론 가장 큰 동기는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자기 희생을 택하게 되는 모습은 살아 숨쉬는 인물 그 자체였다. 아름답기까지 했다.

맥스가 퓨리오사에게 마침내 자기 이름을 밝히는 장면은, <삼포 가는 길>에서 이미 본 장면임에도 여전히 감동적이다. 물론 이름이 그 사람의 진정한 정체성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밝히는 것처럼 멋진 순간이 또 있을까? 이보다 더 완전히 마음을 열 수 있는 순간은 없으리라.

그저 눈인사만 나누고 돌아서는 마지막 장면은,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사와 렉터의 몇 초 간의 유일한, 그러나 영화사상 가장 섹시한 스킨십을 떠올리게 했다. 속편이 나와서 망치기는 했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클라리사와 렉터는 그 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평생 간직하며 되새길 눈부신 순간이 단 몇 초에 불과하다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강렬했겠지.

퓨리오사와 맥스가 남녀 관계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이보다 진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또 있을까? 그럼에도 잠깐의 눈인사만 나누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서는 맥스와 묵묵히 지켜보는 퓨리오사의 모습은... 짜릿했다, 정말.

이렇게 깊숙하게 인간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평론가들이 찬탄을 금치 못했던 것이리라.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잘 만든 작품이란 이런 것이다.

덧글

  • 프레디 2016/08/04 08:59 # 답글

    다 좋은데, 퓨리 로드는 매드 맥스 4 편입니다.
  • 마담보바리 2016/09/01 21:15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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