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7 라디오 드라마 감상 글 쓰는 마음

나는 예전부터 얼빠라기 보단 목소리빠였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성우에 관심을 가지고 혼자서 tv에 나오는 목소리에서 발견의 기쁨을 느꼈달까, 아무튼 그러고 잘 놀았었다. pc통신 시절엔 동호회에도 한두번 나간 적 있었고 그 뒤론 뭐 개인적 사정으로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성우 목소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좋아했다.

요즘 말로 성덕질인 셈인데, 그 성덕질을 최근에 하다가 흘러 흘러 라디오 드라마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이게...

성우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극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청취율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질로만 승부를 보는 치열한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온갖 흥미로운 설정이 다 나오는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박력이 대단했다. tv 드라마에서라면 적당히 타협하고 말 전개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게 맘에 쏙 들었다. 우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드라마라기보다는 연극같다고 해야 할 듯 싶다. 잘 쓰여진 희곡을 읽는 것 같은 대단한 쾌감을 주는 작품이 상당히 많았다.

성덕질로 시작했는데 이젠 라드덕질로 진화해 버려서 다시 듣기를 모조리 듣고 싶다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지지부진하던 글쓰기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와 이런 식으로 다룰 수 있구나, 신선한 테만데? 감탄하며, 쓰다 만 소설을 다시 몇줄 끄적거리기까지 했으니...

바뀌는 세상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고만 생각했던 라디오 드라마가 사실은 사라질 수 없는, 본질이란 사실을 발견해서 행복하다. 문학의 또다른 장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타고 생명을 얻는 멋진 광경을 뒤늦게나마 목격하게 되어 정말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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