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0 소설 <토지>에 묘사된 중일전쟁 글 쓰는 마음

요즘 중일전쟁에 관심이 생겨 이것 저것 자료를 찾아보다가 문득 토지 4부와 5부의 시대배경이 중일전쟁이었던 걸 떠올리고 오랫만에 다시 들추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토지 4부는 작가의 객관성을 잃은듯 보이는 일본론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5부중 가장 선호도가 떨어지는 파트여서 꽤 오랫동안 들춰보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나도 어느 정도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온갖 일을 겪고 나니, 게다가 작품 속 시대 배경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새로운 눈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작가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비난 일변도에 가까운 시선으로 일본을 비판했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듯 싶었다.

야만의 시대를 관통하던 1930년대, 일본을 그토록 지독한 야만의 늪에 빠뜨린 원인을 분석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인류사 전체로 따지자면 특별히 더 잔혹하다 할 수 없는 만행이지만, 이성의 시대에 접어든 근현대에 있어 나치와 함께 근현대를 송두리째 부정할 만한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며 미쳐 날뛰던 일본 관동군의 행동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작가 본인의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통해 온통 직접 겪어내야 했던 일본의 본질을 증언하고 싶었으리라.

본인이 직접 목격한 시대의 증언이기에 그만큼 생생하고, 어쩔 수 없이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강렬하게 드러나 객관성을 잃은듯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객관성을 따지기에 앞서 작가에게는 온몸에 생생하게 다가와 부딪쳤던 경험들이었고, 그렇게 짓밟힌 피해자로서 증언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나 강렬했기에, 이처럼 개인사에 가깝게 느껴지는 파트가 탄생했으리라.

5부는 4부와는 달리 다시 차분해진 어조를 느낄 수 있는데, 생생하게 휘갈겼던 4부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관조하는 시선을 되찾았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사실 작가 본인에게 있어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은 시기는 40년대라 할 수 있다. 1926년생인 작가가 어느 정도 세상에 눈을 뜨는 청소년기가 바로 40년대기 때문이다.

진주 고등여학교(현재의 고등학교보다는 높지만 대학교보다는 낮은, 중간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여학교를 나오면 바로 교사로 근무할 수 있었지만 다시 대학 진학도 가능했으니까)에 기숙하며 보냈던 학창시절의 작가 모습이 이 상의라는 인물을 통해 거의 자전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장 분노가 많았을 사춘기,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본인 교사에의 반항이라는 경험담까지 생생하게 담았지만 그러나 역시 한결 담담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시대를 비판하고 있다.

다시 읽어보며 느낀 게, 일본 본토는 공습으로 쑥대밭이 되었지만 한반도는 비교적 전쟁은 머나먼 곳의 일이라는 느낌으로 지났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징병, 징용으로 끌려간다는 공포가 지배했지만, 물리적인 전쟁 현장은 저 먼 곳의 일이라는, 그런 미지의 상태기에 더더욱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혀 이 끝나지 않는 지옥과도 같은 상황이 제발 끝나기를 갈망했다고나 할까. 그런 미묘한 당시의 실상을 경험자의 생생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놀라운 작품이다. 누군가가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늘 내게는 충격에 가까운 자극이 된다.

덧글

  • ㅇㅇ 2016/04/16 05:00 # 삭제 답글

    겪은걸 토대로 쓰는게 객관성이 없는건가.... 범죄자를 나쁘게만 그려도 객관성 없다고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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